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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야기

글쓰기스토리-'쓰기'는 '말하기'보다 더 공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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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스토리-'쓰기'는 '말하기'보다 더 공적인 행위이다.

 

앞서 그는 화술과 문서작성술 두 가지를 병용해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제 그것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들어가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말과 문자는 동시에 탄생한 것이 아닙니다. 먼저 말이 있었고, 나중에 문자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보더라도 먼저 말을 배우고 나중에 문자를 배우 차츰차츰 글솜씨를 익히게 됩니다.

그러므로 '말하기'와 '쓰기'는 모두 언어에 기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행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말하기'는 그다지 큰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행할 수 있는 것임과 동시에 기본적으로는 사적인 행위입니다. 그에 비해 '쓰기'는 우선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말은 내뱉은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지지만, 글은 문자의 형태로 남아서 전달됩니다. 결국 말이란 쓰이는 순간 공공적인 것(퍼블릭)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만큼 글쓰기는 말하기에 비해 몇 배나 더 진중함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처럼 막역하고 아무런 부담이 없는 관계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아이고, 저것도 정말 바보는 바보야."라고 말하면 친해서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문장으로 쓰는 경우, 그 문장의 전후에 분위기나 뉘앙스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으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심각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글의 무서움이기도 하거니와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할 때의 단어 선택이 '쓰기' 에서의 단어 선택의 훈련이 된다.

글을 쓴다고 하는 기본적인 기능은 자신이 체험한 것이나 생각한 것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험한 것이나 생각한 것을 슬로 모션으로 영상을 통해 보여주듯이 언어를 통해 정착시킨 것입니다. 경험이나 사고는 그대로 방치해 두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지만,문서화를 함으로써 되돌려 읽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글의 힘입니다.

문자의 영속성을 활용하여 불안정한 것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남기고 널리 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말이라는 것이 당사자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비교적 자연스럽게 몸에 익는 것과는 달리, 글쓰기는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자신의 것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거의 글을 쓰지 않던 사람이 매끈한 문장을 쓰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내가 권하는 가장 간단한 훈련법은 대학교수의 강의나 텔레비젼 뉴스 해설자가 정리한 내용을 메모하면서 듣고, 그것을 디시 문장으로 적어 보는 방법입니다.

들은 것을 메모해서 그것을 다시 문장으로 재현하다는 것은 받아쓰기를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완전히 별개의 작업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실제 이 작업을 고교생과 대학생에게 시켜본 적이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듣는 동안에는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글로 옮기려고 해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당연하다. 말로 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 자리에서 소비되는 것을 전재로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문단의 구분도 없고 쉴 새도 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하나의 결론을 말하지도 않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구두로 전개하는 말은 카오스와 같은 것입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자 해도 그 자리의 분위기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훈련을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누구나가 비교적 쉽게 핵심을 파악하고 어렵지 않게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장은 건물이다, 3단계 프로세스로 쌓아 올려라.

말로는 표현하는 것을 카오스라고 한다면 문장은 코스모스(질서)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선 이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의식하면서 발상을 하고, 실제로 문장을 써 보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글을 쓸때의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다음의 세가지입니다.

① 쓰고자 하는 테마(혹은 깨달음, 주장)를 발견합니다.

② 테마로부터 세 가지 키 콘셉트(말하고 싶은 내용)를 만든다.

③ 세 가지 콘셉트를 연결하여 글의 틀을 구축한다.

이 프로세스를 몸에 익히면 소논문이나 기획서, 평론과 같이 논리적이면서도 객관적인 문장을 작성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됩니다.

글을 쓴다고 하면 새하얀 원고지 한 칸 한 칸을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해 전혀 정하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동안에 조금씩 형태가 잡히고 마침내 훌륭한 읽을거리가 완성된다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소설가 가운데는 이런 방식으로 명문을 건져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소설가들도 대개는 사전에 플롯(스토리의 요약)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명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글을 평소부터 써온 명인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계획조차 없이 글을 쓰기 시작하여 끝내기도 전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몇 번이고 다시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그 결과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되기 마련입니다. 게대가 완성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역시 생각을 메모하는 프로세스를 밟아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우선 머릿속에 생각하고 쓰고자 하는 내용을 정래해서 쌓아 올린다. 메모에 기초하여 글을 쓰자는 것입니다.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 중에는 메모를 따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평소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림이 그리져 있는 것입니다.

결코 즉흥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글쓰기 능력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만의 메모를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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